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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어 유치원은 유아에게 적절할까? (feat. 초등학생 과외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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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버 "슈카월드"의 생방송 중 만 3세 이상 아이 대상의 영어유치원이 활발하다는 컨텐츠가 있었다.

 

case는 1건이긴한데 예전에 학부시절 영어유치원 출신의 초4학생을 과외해 본 적이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중학교 때 토플 시험을 목표로 (아마 80점 이상이겠지) 준비해 달라는 과외였다.

 

과외는 내가 처음이라 유년기의 잠깐의 경험은 누군가에게 매우 큰 경험이 될수도있고, 남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기에 처음에는 과외를 거절하려 했으나, 옆 연구실 친구가 초등학생과외는 쉬운 편이라고 해보라고 해서 하게 되었다.

 

과외 어머니께서는 내가 당시 자취하던 자취방 건물주셨는데, 서울 노량진 인근 거주하시다가 하시던 사업 정리하시고 인천의 원룸을 구입하셔서 원룸임대업을 하시게 되어 급하게 오시느라 주변 학원을 잘 모르셔서 당시 건물 세입자 중 가장 공부 잘하게 생긴... 가장 선생님처럼 생긴 나에게 의뢰하시게 되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학생 어머니께서 우리 딸 해외 가서 영어 되게 잘했다고 하셔서, 영어 나보다 잘할까 봐...

(선생보다 잘하면 좀 그러니까...) 1달 동안 토플 영어 문제집 엄청 풀고 갔다...

 

성인 토플문제집중에 제일 쉬운(아마 토플 스타트인가 베이직이였다) 문제집을 골라서 과외를 했는데, 초4 학생이라 그런지 평범한 초4학생이었다. 

 

학생이 너무 어려워하길래... 천일문 basic도 해보고... 크리스마스 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노래도 불러보고 가사도 외워보고, 코리아 헤럴드 신문도 같이 봐보고 했다.

(내 딴에는 캐럴 부르면 되게 좋아할 것 같았고, 코리아 헤럴드 되게 쉬우니까 좋아할 줄 알았다. 난 초등학생 때부터 동아일보 봤어서 신문이 재미있었다...)

근데 막상 학생이 좋아하지 않았다... ㅠ

 

학부모께서 수학 1학기 선행을 원하시길래 당시 3학년 겨울방학이어서 4학년 1학기 과목을 천재해법수학(사실 내가 예전에 학원에서 천재 해법수학으로 했어서...)을 교재로 1학기 선행을 했다.

 

4학년 1학기쯤에는 2자리수 * 2자리수 곱셈을 하는데 그냥 두 자릿수만 하면 좀 심심하니 영재 수학책을 사서 4자리수 * 4자리수 곱셈을 해보았다...

학습에선 동기가 매우 중요한데 초등학생에게는 동기부여가  어려워서 내 딴엔 2자리수 곱셈이나 4자리수 곱셈이나 같았는데 학생은 되게 싫어했다. ㅠㅠ

(얼마 전 교대 다니는 사촌동생 만나서 이 이야기를 해봤는데 이론적으로는 2자리수 곱셈 배우면 4자리수 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나의 이론은 어려운 문제를 풀면 쉬운 문제는 당연히 따라온다라는 이론이어서, 기초를 알려준 뒤, 어려운 것을 풀어보고 숫자의 세계(자연수, 정수, 실수, 무리수)도 알려주고 했는데 학생이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과외는 실패하고 말았고... 학생은 바닥의 철제캐비넷을 발로 차서 나의 교육에 저항하기도 했고, 본인이 좋아하는 인형인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토킹타임을 하기도 하였다.

내 딴엔 재밌는 이야기해준다고, neuroscience 이야기해줬었는데 이것은 학생이 매우 관심이 없어해서 대단히 실패하였다...

 

아무튼 내딴엔 기초를 알려주고 어려운 문제 한두 개 풀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같이 쉽게 풀어쓴 정수론 같은 거 읽을 줄 알았는데 아니였고... 내 능력에는 학생 컨트롤에 한계가 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과외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어머니께서 영어유치원을 보내셨다고 하셨는데 결론적으로는 학생이 영어를 잘하지 못 하였고, 영유를 나오지 않은 나의 초3, 초4 시절과 크게 실력차이가 없었다.(나 때는 정규교육과정에서 영어는 초3 때 처음 배운다)

 

내가 느낀 영어 유치원의 단점은, 유치원 시절 모국어를 잘 배워야 하는데 오히려 모국어 학습에 방해되어서, 어휘나 모국어 능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학생어머니께서도 말씀하셨는데, 학생이 국어에 약하다고 하셨는데, 현장학습 or 소풍이라는 단어를 모르기도 했고, 수학 지문이 한국어로 되어있는데 그 부분을 해석하기 어려워했었다.

-오히려 한국어에 취약함.

 

결과적으로는 1건의 case report지만... 영어유치원은 크게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나랑 대학원에서 같이 연구를 진행하는 L교수님께서는 과학고, 서울대 의대를 나오셨는데, 본인 경험에서는 초등학교 때 고등수학을 마스터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 트렌드인데,

본인 학부인 서울대 의대시절에서 동기들 중 많아봐야 10명이나 그러한 선행학습을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셨다.

전국의 학생(나 때는 한학년에 전국에 60만 명)들 중  많아봐야 한학년에 30명이나 그러한 선생학습을 따라갈 수 있다고 하셨다.

- 그리하여 본인 자녀는 영어유치원에 안 보내셨다고 하신다.

 

선생학습은 1학기 or 1학년 선행이 그 학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라고 교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도 사실 영어유치원에 내 아이를 보내고 싶지는 않은데, 남들 다 영어 유지원에 보내는데 내 배우자는 나의 교육철학을 이해해 주고 남들 다 보낼 때 참을 수 있을지... 보통은 못 참기에... 참 어렵다...

 

아무튼  "초짜 연구자"인 나에게는 선생학습 및 영어유치원은 경험적으로는 크게 효과가 없다.